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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캇데쿠] 숲 (R 19)

치스하 2018. 11. 3. 02:17
*선조 왕의 환생 캇x숲의 수호신 데쿠
*당신의 생각만큼 19금 ×
*올만의 글 쓰기
*짧으려고 했는데 길어졌음
*캇데쿠 서로 사랑함
*연금술 아직도 못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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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캇데쿠] 숲


[그러나 카츠키님..그 숲은 전부터 내려오는 전설에 의하면 숲의 수호신이...]

지겹도록 듣는 저 놈의 전설이야기.
미간을 찌푸려 기분이 좋지않음을 표현해도 신하의 목소리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숲의 수호신이 노하면 큰일이 일어납니다..!]

바들바들 떨면서도 내뱉는 말이 이제는 지루하기까지 했다.

[아아. 그 놈에 숲의 수호신께서 손수 왕의 혼을 빼앗으러 온다는 그 시덥지 않은 이야기? 그런거나 집어치우고 어서 나무꾼들이나 데려와.]

[그...그러나 카츠키님...일단은 숲을 정찰하시고 나서 숲을 없앨지...말지를 결정하는게...어떠신지...그 숲은 많은 백성들의 터전이자 보호해야할 자연입니다...]

뒷머리를 신경질스럽게 흐트러트리면서 대답했다.

[그럼 지금 바로 정찰을 나갈테니 마차를 준비시켜. 그 이후에도 쫑알거린다면 네 목숨은 무사하지 못할것임을 알기 바란다.]

이빨을 까득 물으며 말하니 신하는 곧이어 넙죽 절을 하며 대답했다.

[마...마차를 준비시키겠습니다.]












[침입자가 왔다고? 사람들이 이 숲을 들락날락하는건 한두번이 아닐텐데?]

검지손가락에 앉은 카나리아가 열심히 무언가를 이야기 해주었다.

[아. 그가 온거구나.]

카나리아의 말을 듣고도 잠시 골똘히 생각을 해보았다.

[그냥 산책온걸 수도 있잖아. 기분전환으로.]

나도 안다.
한 나라의 왕이 그것도 머나먼 이 우거진 숲에 당도했다는 것은.

[숲을 없애기 위함이겠지.]

몇백년도 전에 이 나라의 선조인 왕은 우리와 공생하기를 희망했다.

[부탁할게. 너의 숲과 우리의 백성들이 공존하게 해줘.]

밝은 머리칼의 붉은 눈을 가진 그 자를 나는 아직도 잊을수 없었다. 왜 그의 부탁을 들어줄수 밖에 없었는지.

[그를 많이 안 닮았으면 좋겠는데...만약 이 숲을 없애겠다고 한다면 죽여야할지도 모르잖아.]

카나리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지저귀였다.

[그럼 일단 왕을 맞이하러 가볼까.]

선선한 바람과 함께 왕이 있는 숲의 입구로 향했다.











[하. 엄청 귀찮게 생긴 숲이네.]

숲 안쪽으로 들어오니 밝게 비추던 햇살은 이미 나무에 가려져 우중충한 분위기를 냈다.

[그러게 이딴거 싹 밀어버리고 농경을 하는게 이득이라고.]

신경질을 내며 마차에서 내리자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쓰고 있던 모자가 날아갈까 모자를 푹 누르며 바람을 맞았다.

그와 동시에 어떤 목소리가 들렸다.

[이 숲은 안돼. 나와 공생하기로 약속했잖아 바쿠고가의 왕이시여.]

꼭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 같았다.

[내가 언제 그런 약속을 했다고 그래? 내가 아니라 딜빵한 내 선조님들께서 했겠지.]

허공을 향해 외친 말은 메아리처럼 숲을 울렸다.

[선조와의 약속은 대대로 피를 타고 전해졌어. 그것이 너와 나의 약속이 되었다는걸 나는 알고 있어.]

바람이 곧이어 나를 감싸는 것처럼 거세게 불었다.

[윽! 뭔 바람이 이렇게...!]

거센 바람으로 눈조차 뜨지 못하고 있었다. 모자가 날아갈까 고개를 숙이며 거센 바람에게 저항했다.

[부디 내가 너를 헤치지 않게 해줘.]

거센 바람틈 사이로 초록색 머리칼이 보였던 것 같다. 꼭 어디선가 본듯한 짙은 초록색의 머리칼. 숲을 닮아 싱그러운 느낌이 드는 색이였다.

거센바람을 맞으면서 나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외쳤다.

[웃기지마. 인구는 점점 늘어나고 땅은 제한되어 있어. 먹거리도 곧 부족하다는 이야기겠지. 그렇게 되기 전에 이 숲을 경작지로 만들어 백성을 먹여살릴거야.]

거센 바람이 점차 가중되는 기분이었다.

[그만큼 내어주었으면 됐지. 또 이 곳까지 탐내고 있어. 그러면 안돼. 좋게 말할때 돌아가.]

점차 거세지는 바람에 모자는 속수무책으로 날아가버렸으며 타고온 마차도 바람에 의해 들썩거렸다. 그러나 곧이어 바람은 점차 잦아들고 낯선 목소리의 주인은 당황스러움이 담긴 말을 건냈다.

[너...너는...]

바람이 사라지자 드디어 눈을 제대로 뜨고 상황 파악을 할수 있었다. 숲은 그대로 어둡고 우중충했다. 그러나 나무들 사이사이로 들어오는 빛틈속에서 한 인영을 발견했으며 저 인영이 목소리의 출처임을 단박에 알아냈다.

[너야말로 몇백년이나 지난 그딴 약속따위를 믿고 있는거야?]

빛을 등지고 있는 인영은 곧이어 한 발자국씩 내게 다가왔다.

[네...네가 어떻게 여기에...]

꽤나 거대할줄 알았던 인영은 나보다도 10센치는 작은 아이같은 모습이었다. 주변에는 야생동물들이 둘러싸고 도는 것들로만 보아도 저 놈이  숲의 수호신이다. 먼 선조의 약속을 철썩 같이 믿고 있는 가련한 수호신.

[너야말로 여기 왜 있는거냐. 내 혼이라도 가져가게? 아직 숲은 건들지도 않았는데?]

얼빠진듯한 얼굴이 시야에 들어오자 뭔가 그리운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아이는 손을 들어 내 뺨을 감쌌다. 곧이어 다가오는 얼굴에도 나는 꼼짝없이 그 아이의 눈동자만 바라봤다. 심연에 갇힌것 같이 옴짝달싹도 할수 없었다.

그 아이는 메달리는 듯이 나에게 혀를 얽혀왔다. 깊고도 진하게. 마치 무언가를 찾는 듯 농밀하게.

입안에 느껴지는 낯선 향에 나는 뒤로 주춤 물러섰다. 곧이어 떨어지는 입술사이에는 은사가 길게 늘어졌다.

역시 수호신이 아니라 그냥 미친놈이...! 갑자기 무턱대고 키스부터 하는 놈이 어딨어..!

속으로 화를 내고 있던 나는 그 아이에게서 눈을 뗄수가 없었다. 내가 떨어지고 나니 그 아이는 눈을 살며시 떴다. 눈시울이 약간 붉어진 것 같았다.

[역시 너였구나 캇쨩.]

뭔가 쓸쓸해보이는 아이의 표정이 내 마음을 아리게 했다. 눈물이 차오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왜지? 왜? 분명 처음보는 걸텐데.

[아무리 너라고 해도 이 숲만은 안돼. 어서 돌아가.]

초록빛 머리칼의 인영은 곧바로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그러나 목소리는 이 숲 전체를 메웠다.

[지금 돌아가면 아무도 다치지 않을거야. 약속할게.]

애절하게 외치는 목소리에도 나는 뜻을 굽힐 수 없었다.

[이 숲이 우리 나라에서 얼마나 많은 땅을 차지하고 있는지는 알아? 그 땅을 경작지로 만들면 굶어죽는 사람들도 줄어들거야. 돌아갈 생각은 없어.]

이미 수차례 굶어 죽어가는 백성들을 보며 다짐했던 말이다. 내가 약해서. 내가 유능하지 못해서. 적대국에게 빼앗긴 식량들을 지켜내지 못해서. 굶어죽어가는 사람들을 지켜보기만 했다.

[그 땅도 원래 나의 숲이었어. 그만큼을 주고도 이제 여기까지 바래? 뻔뻔하기도 하지...]

멈췄던 바람이 점차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 나무 사이에 들던 햇빛도 지금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너와 나의 맹약에 따라 나와의 약속을 어긴 왕의 영혼을 가져가겠다.]

이런 씹.
최악의 상황이다. 얌전히 건내줬으면 했는데. 그럼에도 그 아이는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왜?

[후회하지나 마라.]

바람은 더 거세지고 눈조차 뜨기 힘든 상황이었다. 설마 진짜로 수호신이 내 목숨을 노릴지 예상하지 못했지만 혹시나 해서 데려온 술사들에게 명령했다.

[왕의 명령이다. 숲의 수호신을 포박하라.]

뒤에 있던 마차에서 대여섯명의 술사들이 우르르 내리더니 거센 바람에 당황하지도 않고 곧바로 무엇인가를 중얼 거렸다.

[하. 나를 죽이려고 술사까지 데려왔어?]

서있기도 버거운 바람은 점차 거세지고 마차도 뒤집어질만큼의 바람이 불어왔다.

[오해야! 네가 협상을 안해주니까 우리도 어쩔수 없다고.]

[협상? 숲이 나고. 나는 숲이야. 이 숲을 없애려면 나부터 죽여야 할거야.]

심상치않은 기운을 느낀 건너 동물들은 이미 자신의 몸을 나무 둥지에 숨기고 있었다.

[술사들은 아직이냐!]

칼처럼 부는 바람이 이제는 마차를 뒤집어 놨다. 옹기종기 모여 주문을 외던 술사들은 곧이어 손을 들어 외쳤다.

[포박술!]

이어 빛처럼 생긴 사슬이 초록색 인영을 향해 날아갔다. 초록색 인영은 쉽게 그것을 피했지만 사슬은 끈질기게도 따라붙었다. 그와중에도 술사들은 계속해서 주문을 외웠다.

[컥!]

점차 빨라 지는 사슬의 속도에 초록색 인영은 맥없이 붙잡혔다. 사슬은 그 인영의 목을 졸라맸고 사라진 자리에는 문신처럼 사슬모양이 남았다.

[왕이시여 팔을.]

수호신이 술법에 당하자 술사중의 한명이 내게 다가왔다. 팔을 내밀자 주문을 외웠다. 팔에는 빛이 나더니 알수없는 문양이 새겨졌다.

[이제 수호신은 왕의 명령을 따르게 될 것입니다.]

팔의 난 문양을 훑어보곤 수호신을 쳐다봤다. 목에 감긴 사슬이 사라지긴 했지만 꽤나 괴로운 표정이었다. 가슴 한켠이 시린걸 왜일까.

[이런..같잖은 짓을..]

초록빛의 눈은 빛을 내기 시작했다. 위험한 기운이 형형했다.

[왕이시여 명령을...!]

신하들은 모두 머리를 조아리며 외쳤다.

[수호신이시여 내 허락없이는 어떠한 힘도 쓰지 못할 것입니다.]

문양이 새겨진 왼팔을 수호신을 향해 뻗자 문양은 빛을 내기 시작했다. 수호신의 목에 있던 사슬문양도 같이 빛을 내기 시작했고 수호신은 괴로운 듯 비명을 질렀다.

[아악! 그만! 그만해! 으윽!]

몇분간 괴로운 듯 비명을 지르던 수호신은 축 처진 채로 바닥에 쓰러졌다. 이걸로..된건가...?

[끌고와라.]

바닥에 늘어진 수호신을 신하들이 끌고 왔다. 정신을 잃은 줄 알았으나 축처진채 나를 째려보기만 할 뿐이었다.

[이 약속을 어기신 것을 후회할 것입니다. 왕이시여.]

숨을 헐떡거리던 수호신은 끝까지 이를 바득 갈며 내게 말했다.

[후회는 이미 끝냈어. 끌고가.]

수호신은 우리와 같이 왕궁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이름은 뭔데? 없어?]

이 왕궁에 끌려온지 기껏해야 1시간도 되지않았다. 날 잡아온 주제에 바쿠고 왕은 쉴새 없이 질문을 던져왔다. 꼭 그와 이야기했던 지난날 같아 내 마음을 동하게 했다.

[있어 이름.]

대답해주지 않을 요량이었지만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지난 날이 너무 그리워 입이 제멋대로 떨어지고 말았다.

[뭔데.]

눈을 빛내며 묻는 왕의 질문에도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알려주기 싫어.]

그의 물음에도 대답해줄 의무는 없었다. 내가 알던 그와 다른 사람이니까.

[흠..그래? 알겠어.]

생각보다 포기가 빠르네?라고 생각했던 3초전의 내가 참 한심했다.

[수호신이여 내 질문에는 대답을 하셔야합니다.]

싱긋 웃는 저 표정에도 웃을수만은 없었다. 펼쳐진 손바닥만큼 느껴지는 목에 통증에 숨조차 쉬기 어려웠다.

[헉!]

그는 숨조차 쉬지 못하는 나를 바라보며 손바닥을 쥐었다. 손바닥이 사그라들자 격통조차 사라졌다.

[그래서 이름이?]

울며 겨자먹기로 말할수 밖에 없었다.

[미..미도리야...이즈...쿠...]

이름을 듣자 바쿠고 왕은 꽤나 놀란 눈치였다.

[생각보다 정상적인 이름이잖아? 난 뭐 실프라던가 그런걸 생각했다고.]

예예.
기대만큼 화려한 이름이 아니여서 죄송합니다.

[그럼 데쿠네.]

[[그럼 데쿠네.]]

순간 그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 같았다.

[딱 어울리잖냐 데쿠.]

[[잘 어울려 데쿠.]]

멍하니 바쿠고 왕을 바라보다가 시선이 맞춰지자 순간 놀랐다. 그랑 너무 똑같아서. 분명 기억하지 못할텐데.

[그..그럼 나도 맘대로 불러도 되는거야?]

바쿠고왕은 그러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캇쨩..캇쨩으로 할래.]

그의 이름은 이젠 정확히 생각나지 않는다. 이미 몇백년이 흘러버려서. 하지만 그를 부르던 애칭만큼은 기억 속에서 되뇌이고 있었다.

[뭐. 카츠키니까 캇쨩도 맞는거겠지. 맘대로 해.]

꽤나 오랜만에 불러보는 애칭이었다.

[혹시 데쿠 넌 숲이 사라지면 죽는거야?]

[숲의 수호신이니까 아마? 숲이 사라지면 아마 그럴거라고 예상하고 있어.]

숲이 사라지면 나도 사라질 것이다. 라는 막연한 무언가를 생각했다.

[그럼 넌 숲과 같이 태어난거야?]

그 질문에 조금 머뭇거렸다.

[그건 아니고...]

캇쨩은 주먹을 들어 대답을 요구했다. 협박인거지 저거...

[나도 옛날엔 인간이었어 너와 같은.]










몇 백년 전 나라라는 개념이 있지 않았을 때.
캇쨩과 나는 그저 같은 부족의 일원이었다. 맨날 숲을 따라 거닐고 사냥도 하고. 그것이 곧 행복이고 즐거움이었다. 숲은 우리의 집이고 가족이었다.

그러나 모든 이야기에는 끝이 있듯이 캇쨩은 불치병에 걸리고 말았다. 캇쨩이 병에 걸렸단 소식을 듣고 나는 하루 온종일 숲을 뛰어다니며 약초란 약초는 모두 캐왔다. 그러나 차도는 없었고 캇쨩은 금방이라도 죽을 것만 같았다.

그 날에도 나는 늘 그렇듯이 약초를 캐기위해 숲을 돌아다녔고 발을 헛디뎌 전혀 모르는 지역으로 빨려들어갔다. 지금 생각하면 난 참으로 운이 좋았다.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파랗게 빛이 나던 호숫가였다. 처음보는 풍경. 이질적인 향기. 꿈만 같았다. 호수의 가운데는 캇짱을 닮은 붉은 꽃이 한송이 피어있었다. 물위에 꽃이 피어있었다. 분명 처음 보는 꽃인데도 난 저것이 만병통치약 임을 알아봤다.

[신이시여. 불쌍한 캇쨩을 위해...감사합니다.]

빛이 나던 호숫가에 나는 달려들어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달려가려 했다.

[세상에선 어떠한 것을 얻을 땐 댓가가 필요하지.]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꽃은 네가 생각하는데로 죽은자도 살릴수 있는 만병통치약이야. 저 꽃을 줄테니 넌 무엇을 줄 수 있지?]

저 꽃을 캇쨩에게 가져간다면 그 무엇도 할 수 있었다.

[전부요.]

목소리는 웃음기를 띄며 이야기했다.

[재밌는 아이네. 마음에 들었어. 저 꽃을 주도록 할게. 대신에 난 너를 갖겠어. 붉은 꽃은 조금 질리던 참이거든.]

내 초록빛의 머리칼이 그 목소리 마음에 들어서 참 다행이다. 그런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호수 중앙에 피어있던 꽃은 둥실 떠오르더니 내 손아귀에 쥐어졌다.

[작별의 시간은 그리 길지않을거야. 너에 대한 추억도. 모두 해가 지면 사라질거야. 원래 없었던 것처럼 넌 혼자가 될거야. 그럴만한 가치가 있어?]

목소리에 질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로 충분했다. 캇쨩은 내 전부였기에.

[해가 지면 숲으로 와. 나의 수호신이여. 너의 곁엔 나밖에 없어.]

목소리는 입구 밖으로 나를 안내했다.

[도망치려 하지마. 너와 나는 이미 연결되어 있으니까.]

그 곳에서 빠져나오자 숲의 입구였다. 나는 캇쨩을 향해 달렸다.

그 꽃을 빻아 캇쨩에게 먹이자 캇쨩은 감쪽같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데쿠 나한테 뭘 먹인...]

이걸로 된거다.

[데쿠. 너 뭔 짓 했어. 사실대로 말해.]

나도 모르게 울고 있었다. 해가 지면 모든게 끝이라고 생각하니. 눈물이 마구 났다.

[캇쨩..건강해야해...결혼도 하고...아이도 낳고... 행복해야해.]

캇쨩은 내 어깨를 감싸쥐고는 이야기했다.

[너..너 무슨 짓을 한거야..나 같은게 뭐라고 데쿠 너...뭐냐고!!! 왜 꼭 사라지는 사람인 것처럼 이야기하는건데!!]

캇쨩의 표정을 보니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모든 걸 포기했던게 캇쨩이라서 다행이야.

[해가 지면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을거야. 너가 아팠던 것도. 어떻게 나았는지도. 그리고...]

솔직히 두려웠다. 하지만 그보다 두려운건 캇쨩의 죽음이었다.

[나도.]

캇쨩은 그말을 듣고 아무말 없이 나를 꽉 안아줬다.

[데쿠 나...난...]

캇쨩도 그날엔 펑펑 울었다. 그리고 들었던 마지막 이야기.

[좋아해 데쿠. 그리고 미안해.]

그 말을 듣고 한참이나 캇쨩과 입맞춤을 나누곤 나는 마을을 떠났다.











숲으로 가는 길에도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숲의 입구에는 나를 반겨주는 것 같은 빛이나는 형체가 있었다.

[모든게 끝이야. 그리고 시작이지.]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그 빛을 따라 아까 왔던 빛이 나는 호수가에 도착했다. 그 빛은 호수 속으로 들어갔다. 따라들어오라는 듯이.

그 빛을 따라 호수로 들어가자 나는 새로운 힘을 얻었다. 그것이 영생과 마법같은 일이었어도 나는 기뻐할 수 없었다.

[이런. 많은 힘을 가졌는데도 나의 수호신은 영 좋지 않나보네.]

많은 힘이 느껴졌고 인간의 몸을 벗어났지만 난 그럼에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너가 그리워하는 그 자는 곧 너와 만나게 될거야.]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캇쨩은 부족원들을 모아 나라를 건설했고 왕이 되었다.

약초꾼에게 들려오는 말로는 왕은 왕비를 맞이했고 둘 사이에는 아이가 태어났다고 했다.

나는 이 넓고 고요한 숲에서 들려오는 소식에도 감사했다. 캇쨩이 행복하게 사는 것 같아서. 그리고 머지않아 캇쨩은 나를 찾아왔다.

[숲의 수호신에게 간청합니다. 우리 왕국 대대로 이 숲을 보존할테니 채집과 사냥에 대해서 허락해주십시오.]

그것이 우리의 오래된 약속이다.











[멍청하네.]

그런 일의 장본인인 사람에게서 들으니 참으로 쓰린 말이다.

[그래서 내가 그 캇쨩인가 뭔가의 환생인 것 같다?]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아까 키스를 한거고?]

[키...스?]

그게 뭐지?

[영혼을 알아보려면 입과 입을 마주하는 수밖에 없어서 어쩔수 없었던 거야. 그래도 초면에 그래서 미안..]

지금에서야 갑자기 가슴이 쿵쾅대기 시작했다. 내가 사랑했던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던 사람이 눈앞에 있으니. 시선을 마주하기가 너무 부끄러워 이리저리 서선을 돌리니 캇쨩은 말을 이어왔다.

[그럼 그 호수는 아직도 있는거야?]

역시 그쪽인가. 영생과 마법을 가져다 준 호수라니 인간의 입장에선 꽤나 달콤하지 않을수가 있나.

[있기야 있지.. 그런데 아무나 못들어가. 뚜렷한 목표의식과 모든걸 희생할 수 있는 희생정신이 있어야한다고 들었어.]

캇쨩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이야기를 듣다가. 방을 나섰다.












사실 전생이란거 믿고 싶지 않았다.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내가 18살이 되던 해에 난 전생의 기억을 찾을 수 있었다. 솔직히 꿈인줄로만 알았다. 선조들이 남긴 낡은 칼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나를 감쌌을때 난 이 나라의 초대왕임을 기억해냈다. 허나 어디선가 잊혀진 것만 같은 기억이 내 발목을 붙잡았다. 어렴풋이 들리는 목소리의 출처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수호신의 말로 들었던 모든 것이 내 기억과 딱 맞아 떨어졌다.

[사라진 기억은...역시 숲인가.]

데쿠의 말로는 자기보다도 위에 있다는 그 자에게 기억을 데쿠를 돌려달라고 말할 참이었다.

[왕이시여! 데려온 수호신의 상태가 많이 좋지 않습니다!]

뭐?









숨이 가빠진다.
가슴이 뛰는게 아니라 요동친다. 손이 떨리고 시야마저 흐릿해지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들려오는 캇쨩의 부름에도 아무말도 해줄 수 없었다.

[왕이시여. 수호신은 본디 토착신입니다. 그 지역을 벗어남에 따라 쇠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귓가에 울리는 말에도 헛웃음만 나왔다. 숲을 벗어난지 겨우 2시간도 안됐는데도 이렇게 고통스럽다니. 진짜 벗어날 수가 없구나. 아득해지는 정신 너머로 캇쨩의 외침이 들렸다.

[당장 마차를 준비시켜!]











아직 너에 대해서 기억나지 않았단 말이야. 넌 누구야. 무엇 때문에 숲에 갇히게 된거야. 날 알아? 내가 그 캇쨩인거야?

[일어나 데쿠.]

숲의 한복판이 되서야 품에 안았던 데쿠를 내려놓았다. 그러자 나무에 감싸져있던 덩쿨이 데쿠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감싸진 덩쿨 사이에 데쿠가 눈을 살며시 떴다.

[...여긴...]

데쿠가 크게 숨을 들이쉬자 덩쿨들은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다. 아직도 멍해보이는 데쿠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나를 발견했다.

[아...캇쨩이 날 데려다 줬구나..음...고마워.]

자신이 억지로 끌고가서 죽을뻔 했는데도 고맙다고 인사를 하다니 얼마나 속이 좋은 녀석인지.

[그 호수로 가자.]

모든 것이 기억났어. 이젠 끝을 내야할 때야.

[그게 아무나 못 들어간다니...캇쨩 어디가..! 같이 가..!]

모든걸 돌려받아야겠어.










[찾았네.]

데쿠의 말대로 파란 빛이 나는 호수. 숲 중앙에 있는 큰 나무 밑에 있었다.

[아니 이게 왜 여기에...]

얼떨떨해보이는 데쿠를 뒤로 하고 호수로 향했다. 호수의 중앙에는 데쿠를 닮아 싱그러운 초록색의 꽃이 피어있었다.

[이런. 불청객이 찾아왔네.]

목소리가 들렸다. 출처도 분명하지 않은 목소리가 데쿠의 말마따나 이 숲의 주인임을 알아냈다.

[글쎄. 잘 살고 있는 우리를 떼어놓은 자한테 듣기엔 조금 거북한 말인걸.]

목소리에 대한 답을 하면서 호수로 걸어갔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는데?]

호수 근처에 서서 호수를 바라봤다. 난 이 곳을 와봤다.

[우리 구면이지 않나? 적어도 몇 백년 전에 봤을텐데.]

목소리의 주인은 이어 키득거리며 이야기했다.

[이런 벌써 전생의 기억까지 다 찾아온거야? 재미없네~ ]

말장난으로는 끝이 없을 것 같았다. 호수에 발을 내딛자 목소리는 다급하게 대답을 했다.

[내기는 아직 안끝났어. 적어도 지금은.]

[내기라니 그게 무슨..]

얼빵한 데쿠의 목소리를 듣자니 순식간에 화가 사그라 들었다. 아마 전생에 나도 지금의 나도 너를 참 많이 좋아했나보다. 몸이 먼저 이렇게 반응해버리니.

[전생의 내가 저 목소리랑 내기를 했어. 우리 부족은 생활의 터가 필요하고 숲은 심심하니까 내기에서 승리하면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했지.]

뒤로 돌아 데쿠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지금의 너가 누군지 모르지만. 곧 알게 되겠지.

[나에게서 가장 소중한 무언가를 뺏어간다고 했지. 하지만 난 그걸 알지 못해. 그걸 알게 된 순간 나의 승리야.]

혼란스러워 하는 데쿠의 모습도 참 안타까워 보였다.

[난 소중한 무언가가 처음에 목숨인줄 알았어. 그래서 어리석게도 숲의 달콤한 유혹에 빠졌구나 생각했지. 그리고 오늘 너의 이야기를 듣고 알았어.]

데쿠의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

[바로 너야 데쿠.]

동그란 눈이 더욱 크게 떠지는 것이 꼭 토끼 같았다.

[어때. 이걸로 나의 승리인 것 같은데. 내 기억과 데쿠 숲의 일부분까지. 전부 받아가지.]

허공을 향해 외치는 말에 숲은 크게 웃었다.

[하하! 대단해! 정말 재밌어! 진짜로 이길 줄이야. 좋아 원하는 데로 다 돌려줄게. 날 즐겁게 해준 댓가야.]

호수 중앙에 있던 초록색 꽃은 나를 향해 왔다. 그 꽃을 들고 데쿠에게 다가갔다.

[그게..지금..어..무슨 이야기가..]

눈을 마주치지 못한채 어버버거리는 데쿠 뒷걸음질을 쳤다. 웃기지도 않지. 초록색 꽃을 입안에 넣고 으적으적 씹었다.

[그걸 함부로 먹으면..!]

그리고 곧이어 데쿠에게 입맞춤을 했다. 나의 기억과 데쿠의 인간의 몸 두가지를 얻기 위해선 이 방법이 최선이었다. 혀가 얽히는 와중에 데쿠는 눈물을 흘리며 눈을 감았다. 꽃잎의 쌉사름한 맛이 혀와 혀 사이에서 나자 기억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데쿠와의 첫만남. 처음 데쿠를 사랑하게 된 날. 그리고 데쿠를 잃었던 날. 기억이 차츰 돌아오자 내 눈에서도 눈물이 차올랐다.

멀고 먼 시간을 서로 기다려왔을 우리가 너무 애절해서. 끝도 없이 서로의 체온을 나누었다.

[캇쨩...진짜..캇쨩이야..?]

[그래 멍청아.]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몸을 섞는 와중에도 데쿠는 꿈이라도 꾸는 것처럼 몇번이고 물어봤다.

[보고 싶었어. 정말 많이.]

팔을 잡아오는 데쿠의 손이 떨렸다. 그 손을 맞잡으며 데쿠의 눈가에 입을 맞췄다.

[나도 많이 보고싶었어 데쿠.]












+번외

[그리고 지금 좀 많이 과격할지도 몰라 미리 사과한다.]

[에. 그게 무슨...]

[몇 백년 동안 졸라 참았어서 말이지. 데쿠를 안고 싶어서.]

[그..근데 캇쨩 전생에 애도 있었잖아...!]

조금 억울한 표정의 데쿠가 눈에 서렸다.

[풉.]

[뭐야 왜 웃어!? 자기는 애까지 있어놓고 이..이러는거 너무 반칙아니야?!]

[왕은 본디 자식을 낳아서 번창시켜야...]

[그게 뭐야! 나 안해! 안할래!]

밑에서 바둥거리던 데쿠가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나와버렸다. 더 놀리면 진짜 화낼지도 모르니까 이쯤에서 그만할까. 화해의 의미로 볼에 가볍게 뽀뽀를 했다.

[바보. 그거 내 애가 아니라 동생이야.]

[어?]

[애초에 결혼할 생각도 없었는데 말이야. 그 왕비도 사실 애를 가질수 없는 몸이고 해서 위조 결혼 같은거지.]

[뭐...뭐라고?!]

[그래서 궁금증은 다 풀리셨나 데쿠?]

[그...그치만.]

[미안한데 밀린 이야기는 조금 나중에 하면 안될까. 지금도 엄청 참고 있는 중이라서 말이야.]

[그...일단...응...알겠...어...]

[넣는다.]

[흐으..캇쨩..좀만 천...천...ㅎ...힉..]

[데쿠 힘 좀 빼봐..]

[캇쨩이 너무 커서 그런ㄱ...윽...]

[편하게 있어봐 데쿠.]

[흐윽...캇쨩..입...맞춰줘...]

[키스해달라고 졸라봐.]

[키스가...뭔..흐...데...흣...힉..]

[이런게 키스란 거야.]

[우응..]

[옳지. 힘 더 빼고 목에다 팔 감아봐.]

[흐응..캇쨩...힘들...어...아..읏...그만...]

[거의 다 들어갔어. 좀만 더...]

[흐아으...캇쨩 아직이야..?]

[다 들어갔어. 응. 심호흡 좀 하고. 데쿠 심호흡.]

[후...흐...캇쨩이 다 들어왔어. 캇쨩이 다 느껴져.]

[있잖아 데쿠.]

[응?]

[지금 나 참지말라고 부추기는거지.]

[뭐? 그게 무슨.]

[오늘 걸어서 못간다 데쿠. 움직인다.]

[잠깐! 캇쨩..흫..학...지그.ㅁ..흐앙 잠까...ㄴ...흐읏..핫!]

[다리 더 벌려.]

[캇쨩.!너무.!빨..!라앗..!.! 학!.!흐으!흫!.]








[그러고 보니 소원은 뭘로 정했어?]

[그...글쎄...]

[뭐야. 왜 눈을 피하는거야 캇쨩?]

[그...뭐... 비밀이야.]

[뭔데? 뭐길래 그래.]

[아니..뭐 딱히 알아도 쓸모는 없는...]

[캇쨩 너무 수상해 지금.]

[그...우리 둘 다 남자고..]

[남자여서 뭐?]

[애...같은거 있는게 좋지않을...까...싶어서...]

[.....설마 내가 애를 낳아야하는건 아니지?]

[그...박히는게 일단 데쿠고...]

[.....캇쨩. 나도 캇쨩한테 박을래.]

[미안하다 데쿠.]

[미안하다면 다야?!]

[사랑해 데쿠.]

[지금 그런걸로 무마시키려고..! 으.음..하..]

[내..아이를 낳아주겠어 데쿠?]

[절대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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